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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대담] 천희두 의협 중앙윤리위원장

[신춘대담] 천희두 의협 중앙윤리위원장

  • 조명덕 기자 mdcho@kma.org
  • 승인 2008.03.3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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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윤리는 의사 ·사회와 제도가 같이 지켜야

"의료윤리는 의사만 지켜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사회와 제도가 같이 지켜줘야 의료윤리 본연의 역할이 수행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일부 회원의 비윤리적 행위가 여론의 도마위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올해 '신춘대담'의 마지막 순서로 천희두 대한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장(새전주병원 진료원장·종합건강검진센터장)을 만났다.

1961년 전남의대를 졸업한 후 전라북도의사회장·의협 대의원회 의장 등 의료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 왔으며, 지난해 10월부터 의협 중앙윤리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천희두 위원장으로 부터 '현안'과 '윤리'에 대해 들어봤다.

"의료계 스스로의 정화를 위해서는 의협 중앙윤리위원회의 자율징계권이 강화돼야 하고 정부도 의사단체가 문제가 된 회원의 비윤리성 여부를 조사하고 그에 따라 처벌할 수 있는 권한을 넘겨줘야 합니다. 의사가 부정한 행위를 했는지, 하지 않았는지는 의사가 가장 잘 알기 때문입니다."

독일 마르부르크의과대학에서 연수를 했던 천 위원장은 독일의 경우 의사의 불륜이나 동료의사 폭행 등 비윤리적 행위에 대해 독일의사회가 자체적으로 처벌할 뿐만 아니라 이직을 원할 경우 직전에 근무한 병원에서의 '품위기록'이 제출서류에 포함돼 있어 환자·간호사·동료의사·스승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으면 취직도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하고 이같은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앙윤리위원장을 맡은 이후로 의사의 윤리 문제에 대한 보도에 특히 관심을 갖고 검토하고 있는데 일반 국민이 오해할 수 있는 소지가 많습니다. '부당청구'만 해도 착오나 실수에 대한 개념이 없이 무조건 부정으로만 몰고 있습니다."

비현실적이고 제한적인 진료범위에 문제가 있다는 진실은 가려둔 채 무조건 의사와 의료계를 범죄집단으로 호도하고 있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토로한 천 위원장은 명백한 부정에 대해서는 구속 등 형사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히고, 그러나 '실수'로 죄없는 의사를 죄인으로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약품 리베이트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은 원가에 비해 턱없이 높은, 과장된 의약품 가격정책 등에 문제가 있음을 반성해야 할 사안입니다. 카피약이 오리지널약과 거의 동등한 효과와 안전성을 보인다면, 굳이 의사를 상대로 로비할 필요가 없게 됩니다. 그러나 카피약과 오리지널약의 차이가 큰 상황에서 무조건 로비를 못하게 한다면 오리지널약을 생산·판매하는 외자제약사만 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철저한 생동성 시험을 통해 오리지널약과 카피약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한 천 위원장은 전문의약품인 발기부전치료제 등을 처방전없이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는, 의약품유통체계의 무질서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판후 약효 평가조사인 PMS를 부정적 금전거래와 혼동하는 시각도 문제입니다. 판매되고 있는 의약품의 약효를 평가하는 의료기관에 조사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 결코 부정한 행위가 아닙니다. 병원이나 학교에 대한 기업의 기부문화가 발달한 외국의 사례를 눈여겨 봐야할 때입니다."

천 위원장은 이와 함께 4월 9일 제18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의료계의 화두인 정치세력화에 대해서도 나름대로의 견해를 피력했다.

"요즘 미국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 '닥터캐넌'이라는 드라마를 보면 서부 개척시대의 미국에서 결혼식 주례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의사와 목사 뿐이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초대 국회에서 의사는 거의 국회의원이 됐습니다. 그만큼 그 당시에는 지식과 양심을 갖춘 계층이었다는 뜻이겠지요. 지금도 비록 시대가 변하긴 했지만, 의사들이 국민속으로 들어간다면 저절로 국회에도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의 환자치료 경향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한 천 위원장은 의사는 '병을 고치는 기술자'가 아니라 사람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돈이 아무리 많이 들더라도 생명만 살리면 된다'는 생각은 틀린 것입니다. 비용도 가장 적게 들이고 사회적으로도 적응할 수 있게 살리는 것이 의사의 도리일 것입니다. 암을 선고받은 환자가 가장 괴로워 하는 것은 자신의 죽음이 아니라 남아있는 가족에 대한 걱정이라는, 질병 이외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편 천 위원장은 밖으로 의협의 자율징계권을 확보하고 왜곡된 언론보도에 대응하는 한편 안으로 온라인 상에서의 회원간 인신공격을 막기 위한 감시·처벌을 강화하고 포상제도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점 등을 거듭 강조했다.

"의사면허의 취소는 정부의 몫이라 하더라도 최소한 일정기간 정지시킬 수 있는 권한은 의협에 넘겨주기를 바랍니다. 특히 부당청구 등 의학적 판단이 필요한 경우 '부정'인지, 단순한 '착오'나 '실수'인지 의사들이 가장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임의비급여 문제도 치료를 위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의약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의학적으로는 지극히 '윤리적'인 상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판단도 의사에게 맡겨야 한다고 지적한 천 위원장은 곧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을 만나 의사로서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사안에 대한 긴급결정권 만이라도 의협에 부여해 줄 것을 요구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아울러 사회와 언론이 의사와 의료계를 무조건 비윤리적으로 취급하고 범죄집단으로 호도하는 현상을 바로 잡는 것도 윤리위원회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윤리위원회는 회원의 윤리를 감시하기도 하지만 회원의 윤리적 권익도 지켜야 하는 조직이기 때문입니다."

언론의 보도행태는 사실을 끝까지 밝혀내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천 위원장은 그동안 소홀했던 포상제도도 적극 활용해 회원들의 사기도 북돋우고 윤리적으로 훌륭한 회원을 발굴하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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